참가후기

김지환(Cathedral High School 2014년 졸업, University of Rochester 입학)

작성자 KEF
작성일 18-01-16 14:25 | 조회 1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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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 얘기할 때 내가 유학생이라는 것을 밝히면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유학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을 할 때 대부분 이상적인 대답을 예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어를 배우고 싶다 던지, 새로운 문화를 경험 한다 던지, 아니면 더 큰 세상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 등이 있다. 기대의 찬 표정을 하고 물었던 사람들에게 나는 멋쩍게 대답한다. “저는 도피유학이에요.” 이상적인 사고와는 다르게 나는 현실적으로 1년에 한 번 밖에 없는 수능에 대한 부담감, 고등학교 3년 동안 오로지 공부만 보고 살아야 하는 한국 고등학생의 삶이 싫어서 유학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중학교 졸업 후, 캐나다 Ontario 주에 있는 Brockville 이라는 조그마한 시골마을로 떠난 나는 초등학교 때 배운 영어, 중학교 때 항상 70점 대를 받았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점심시간 때는 subway에서 주문을 영어로 할 줄 몰라서 손으로 내 의사를 전달하기 일쑤였고 미국인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와도 hang out 이라는 기초숙어 조차 몰라 유학초기에는 애를 많이 먹었다. 당시엔 노트북 또한 가지고 있지 않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미국 TV 프로를 쳐다보다 자는 것이 내 일상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듣기실력에 큰 도움을 준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영어에 힘들어하고 있을 때 나에게 큰 전환점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축구였다. 스포츠는 만인의 공용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하는 것이 두려워 수업시간에 항상 소심해져 있던 내가 축구 할 때는 누구보다도 거칠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해있었다. 축구로 인하여 하나 둘씩 곁에 친구들도 생겨나고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6개월간의 캐나다생활을 마친 후 나는 미국 Springfield, Massachusetts 에있는 Cathedral High School 으로 학교를 옮겼다. 캐나다에 있었던 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면 충분히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지만 학교 커리큘럼, 엑스트라 엑티비티 등 대학에서 요구하는 요소들을 이 학교가 많이 갖고 있었기에 선택했던 것 같다. 이 학교에서도 역시나 활발한 활동을 한 것이 학교생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캐나다에서 축구만 한 것 과는 다르게 수학 대회 팀, 밴드, 봉사활동, 학생회 등 다양한 분야 활동을 함으로서 여러 사람과 두루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립학교를 선택하면 대부분 홈스테이라는 시스템 안에 들어가게 된다. 보딩 스쿨과는 가장 대조적으로 비교되는 부분인데 나는 홈스테이 때문에 사립학교가 보딩 스쿨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기숙사 안에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홈스테이는 그 문화 안에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재미있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홈스테이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좋은 사람과 안좋은 사람이 있듯이, 외국에 나가면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보통 홈스테이를 지원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학생과 홈스테이 가족 사이에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내가 캐나다에 살 때 홈스테이와 나는 성격이 서로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첫 홈스테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히 넘어가고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미련한 짓이었다. 미국학교로 오면서 Nacel로 옮긴 후에야, 캐나다에서의 홈스테이를 바꿨다면 쉽게 해결된 문제인 것을 깨달았다. Nacel 에서는 한 달마다 Monthly Report 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 호스트와의 작은 마찰이 있더라도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안 좋게 생각하면 사소한 것을 가지고 트집잡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후에 어려움을 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학생활을 하면서 빼먹을 수 없는 얘기는 당연히 공부이야기다. 유학을 처음 시작할 당시, 나는 스스로 공부를 하기엔 어린 나이였다. 부모님이 내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믿지 못하고 방학 때마다 SAT, Toefl 학원을 보낸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지금껏 수많은 학원을 다녔고 학원 친구들, 선생님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잘 가르친다는 유명한 선생님한테도 찾아가서 배워봤고 나보다 더 높은 실력을 가진 아이들과도 같은 반에 있어봤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외적인 것 보다 내가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 이었던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선생님을 만나도 학생이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선생님은 학생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줄 수 없다. 혹시 지금 좋은 선생님을 찾고 계신 부모님이 있으시다면 그 전에 학생이 숙제와 단어를 꾸준히 하는지 여쭤보고 싶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9학년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라고 하는 것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이제 막 다른 문화와 언어를 쓰는 곳에 와서 전교1등이 되는 것을 바라는 것 무리일 수도 있다. 본인 또한 GPA 3.5를 받고 스스로 이 정도면 잘한 거라는 위안을 9학년 끝나고서 했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이러한 점들을 알기 때문에 9학년 GPA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모든 학교에는 Class Rank 라는 것이 존재한다. 보통 입시 때쯤 되면 학교 Guidance Office에서 자기가 몇 등 정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원서를 작성할 때 Class Rank 작성하는 칸이 있기 때문에 9학년에도 GPA관리를 잘 하는 것을 권한다. 또한 Class Rank 관리를 잘해서 Valedictorian으로 졸업식 날 연설을 한다면 이보다 자랑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고등학교 생활 중 9학년 때가 가장 시간이 많은 건 사실이니 많은 클럽과 액티비티에 참여해서 친구들과 친해지고 미리 스펙을 쌓아놓는 것도 현명한 일이다.

대학에서 가장 중요시 본다는 10학년 11학년때에는 GPA 뿐만 아니라 듣는 과목선택도 현명하게 해야 한다. AP, IB, Honors 과목들을 되도록 많이 듣는 게 이상적이지만 너무 무리하게 듣는 것도 추천해 주고 싶지 않다. 실제로 AP과목들은 대학교 교제를 토대로 가르치기 때문에 만만하게 봤다가는 GPA 관리도 힘들어지고 다른 활동에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A를 받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시험 외에 점수 받는 것이 많아 학생 본인이 충분한 노력을 한다면 전과목 A 받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또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선생님들과 친해져 점수도 잘 받고 입시 때 추천서를 받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9학년 때부터 입시준비를 시작한다 하면 총 3번의 여름방학이 있다. 본인은 이 여름방학을 매우 현명하게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 입시라 하면 11학년 방학 때 SAT 점수만 올리면 되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SAT subject test, Toefl, College Essay 들을 생각하면 11학년 방학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나는 10학년 여름방학 때 SAT학원과 동시에 SAT2 subject test들도 같이 준비했다. 그 결과 11학년 여름방학이 되기 전에 subject test 3과목 모두 750 이상을 만들 수 있었고, 11학년 여름방학에는 SAT와 대학원서에만 집중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Toefl, SAT 모두 11학년 여름방학 되기 전에 끝내 놨다면 편하게 입시준비를 할 수 있었겠지만 막상 코앞에 닥치지 않는 이상 하기 싫어지는 학생의 본능을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subject test와 Toefl 은 10학년 여름방학 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유학이라는 것은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기회이다. 부모님께서도 금전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해주시기 때문에 나와 같은 유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 학업을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또한 학생의 본질이 공부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유학의 장점은 즐겁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학의 장점을 잊고 입시에만 몰입한다면 나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편이 돈도 절약하고 학생 본인도 덜 힘들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리는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길 바란다. 이 자리를 빌려 그 동안 나를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부모님, 가족들, 그리고 Nacel 관련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